탈모 스트레스는 장난이 아니다. 아무도 놀리지 않았지만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기분이다. 그렇다. 나는 드디어 아저씨가 된 것이다. 아저씨가 되었다는 의미는 굉장히 무겁게 다가온다. 내가 지금까지 시도했던 여러가지 심리상태를 여기에서 풀어놓고자 한다.
1. 나도 약을 먹어야 하는가?
약을 먹어야 하는가? 이런 젠장. 내가 탈모 '환자'라니. 게다가 약은 보험처리도 안 돼서 엄청나게 돈이 많이 든다. (한 달에 오 만원.. 미친다.) 그런데 약을 어디에서 알아보아야 하느냐면, 피부과를 가야 한다. 바르는 약 미녹시딜은 의사를 만나지 않고도 살 수 있으니, 일단 바르는 약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네이버 지식인을 혹시나 하고 들어가 본다. 웬 맛사지 치료가지고 탈모를 치료할 수 있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도 믿고싶어진다. 젠장. 내가 여기까지 온 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 머리를 조금 맛사지 해 본다. 맛사지한 손에 머리카락이 몇 가닥 묻어있다.. 욕이 나온다. 한 술 더 떠 머리를 탈탈 털어보니, 바닥에는 개털마냥 후두둑 떨어져 있다. 나는 갈 데 까지 간 것 같다.)
어찌어찌 바르는 약을 사러 약국을 들어갔지만, 말문이 턱 막힌다. 옆에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지 '머리 나는 약 주세요'라고 쉽사리 하지 못한다. 하지만 괜찮다. 옆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 신경도 안 쓴다. 아무 거리낌 없이 러브젤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걱정 마라. 약국은 원래 그런 것 사려는 사람만 있는 곳이다.
2. '대머리는 다 모여라' 사이트에 자주 들어간다.
대다모... 대머리는 다 모여라 사이트를 아는 사람에게는 박수를 쳐 주고 싶다. 축하한다. 당신은 탈모인이다.
나도 대다모를 자주 들어갔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M자 탈모라며 이마를 깐 사진들을 주로 찾아본다. 그리고 나도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 앞에 선다. 나도 이마를 슥 까본다. 그 와중에 더 빠진 것 같다. 화장실 조명 때문인지 더 빠져 보인다. 이마에서 손을 떼니 손가락 사이에 머리카락이 끼어있다.
대다모를 아는 이상 자존감이 갑자기 떨어지게 되면서, 미래에 대한 대단한 걱정이 몰려온다. 당신이 남자라면 이제는 장가는 물건너 간 것 같고, 심지어 연애도 당장 못 할 것 같다. 맞다. 연애는 원래 못했지만, 조금이라도 남은 그 가능성마저 사라져버린 것이다.
아, 여자들도 탈모인들이 은근히 많다. 주변에 보면 정수리가 비어있는 애들도 몇몇 있다. 애들이 머리카락이 길어서 그렇지, 사실 그들도 탈모를 시달리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차라리 낫다. 여차하면 탈모 있는 여자 만나면 되겠지. 아닌가? 제기랄.
3. 탈모방지 샴푸가 역겹게 보인다.
탈모를 자각할 때 쯤에는 탈모방지 샴푸가 다 구라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주변 어른들은 검은콩을 많이 먹으라며 너스레를 떠신다. 머리 다 빠져도 여자들이 줄 설 거라고. 하하. 나를 위해 거짓말을 해 주시는데, 괜히 가슴이 아픈 순간이다. 이제는 바르는 약과 먹는 약 만이 내 머릿속에 가득차 있는데, 탈모방지 샴푸가 들어올 공간 따위는 없다. 샴푸를 드디어 아무렇게나 막 쓰기 시작하고, 비누로 슥슥 감아버리기도 한다. 아, 어쩌라고, 어차피 탈모약 먹고 바르면 되는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을 한다.
이 쯤 정리해보도록 한다. 공감이 안 가면 어쩔 수 없다. 공감이 안 간다고 탈모인이 아닌 건 아니다. 필자가 탈모인들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이 글은 매우 개인적인 경험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너무 절망하지 않는 것이다. 어차피 나도 흔한 남자들 중에 한 명이고, 탈모인들은 굉장히 흔하다. 머리가 빠진 아저씨들이 많은 만큼, 나도 대머리일 가능성이 높을 뿐이다.
머리털이 빠져도 알맹이만 좋아해 줄 진국인 여자가 있겠지. 여러분들.